신문기자가 평소 가장 기사화 하기 껄끄러운 일은 동료 기자와 관련된 아름답지 못한 일을 알리는 일이다.

 

독자의 알 권리도 중요하나 기자도 사람인지라 가까운 이의 궂은 일은 덮어주고 싶어 가장 먼저 알면서도 기사를 안쓰는 일이 더러 있다.


거창에서 도내 일간지 주재기자로 7년을 활동해온 한 후배(47)가 행방불명된지 정확히 6개월 보름만에 저수지에서 수장된 변사체로 발견돼 여러 메스컴에 연일 크게 보도되고 있다.

 

이 후배의 부인도 지난 7월 25일 합천호에서 실종, 27일 변사체로 발견됐으나 안타까운 마음에 차마 기사화 할 수 없어 직무유기를 했다.


기자로서도, 학연도 동문인 이 후배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후배 부인의 죽음은 경찰에서 자살로 종결처리했으나, 후배의 죽음은 타살로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후배가 종적을 감춘것은 지난 구정 일주일 전인 2월 1일 이었다.

 

실종 당일 이 후배는 밤 8시 부터 친구들과 두 차례나 장소를 옮겨가며 회식을 했고, 밤 10시 45분께 귀가길에 한 후배에게 잠시 집에 들러자고 해 설 명절 선물로 소고기 까지 전달했다.

 

그러던 후배가 밤새 종적을 감췄다.

 

소식이 궁금해 한 지인이 부인(46)에게 전화를 했더니 "부부간에 다툰 뒤 휴대폰도 두고 슬리퍼만 신고 집을 나갔는데 소식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속이 상해 집을 나갔고, 마음이 풀리면 곧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흘....시간이 지나도 후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인들은 부인에게 실종신고를 하라고 권했다.

그런데 부인은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들은 후배가 개인 사정으로 종적을 감추고 부부간은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했다.

 

후배가 종적을 감추자 "여자를 달고 달아났느니, 금전문제로 잠수했느니' 등 억측들이 떠돌았다.

 

그러나 후배는 평소 자주 접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금전문제와 여자문제를 말한적이 없어 도데체 실종원인을 점칠 수가 없었다.


후배는 지난해 마리면 영승마을에서 1.5km 떨어진 뒷산 중턱에 6,000여평의 땅을 구입해 개간, 오미자를 심었다고 했다. 

 

농장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비포장 임도여서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다닐수가 없다며 통행불편을 하소연 했었다.

 

지인들은 후배가 거창읍 한들의 논을 팔았는데, 그 대금으로 새농장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금전문제 때문에 종적을 감추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주 접하는 동료들 간에는 여자문제가 있다면 지나가는 얘기라도 한 번쯤을 할 법도 한데 전혀 없었다.


실종기간이 한 달, 두 달 길어져 갔다.

 

해당 신문사에서 주재기자를 장 기간 비어 둘 수가 없어 필자에게 주재기자 요청을 해 왔다.

 

고사했더니 다른 사람이라도 추천해 달래서 주변에 알려 새 기자를 선임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5일 후배 부인이 장녀(26)와 합천호 주변길을 드라이버 하다 오후 2시께 합천군 봉산면 고삼리 한 도로상에서 딸에게 소변을 보고 오겠다며 차에서 내린 뒤 행방불명됐다.

 

엄마가 행방불명되자 딸은 혼자서 이리저리 인근을 찾아 헤메다 찾지 못해 오후 8시 26분께 119에 신고했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으며, 이튿날인 26일 후배의 실종신고도 했다.

 

실종신고에 119와 합천경찰서는 25일 부터 합천호 실종지역 인근 수색에 나서 27일 오전 11시 10분께 수면으로 떠오른 익사체를 수색헬기가 발견, 인양했다.

 

부인은 등가방에 35kg 가량의 돌을 진 체 발견돼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후배도 실종신고됨에 따라 거창경찰서가 후배 흔적찾기에 나섰다.

 

경찰은 후배 지인들을 통한 탐문, 출입국 기록조회, 신용정보 조회,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 등을 했으나 뚜렷한 단서를 얻지 못했다.

 

후배 집의 인근 CCTV도 6개월이 지나 분석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후배의 흔적은 후배 친구들 추리에 의해 찾게 됐다.

 

후배의 오미자 농장에는 간단한 농막이 있고, 이 농장 용수를 위해 농장 바로 위에는 200평 가랑의 저수지(위 사진)가 있다.

 

친구들은 이 농장 쉼터에서 시간을 보낸적이 있어 만약 후배가 죽었다고 가정한다면 부인의 죽음과 연관시켜 이 저수지에 수장됐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했다.

 

그래서 경찰과 함께 지난 13일 부터 양수기와 굴삭기를 동원해 저수지 물을 퍼낸 결과 14일 오후 4시 께 저수지 중앙에 수장된 후배의 변사체를 발견, 인양했다.

 

인양 당시 후배는 손과 발이 묶인 체 조수방지용 거물망에 쌓여, 60kg 가량의 보도블럭까지 매달려 있어 누가 봐도 타살이었다.

 

6개월간 수장돼 있어 시신이 심하게 부패, 경찰은 신원확인과 기타 물증을 위해 부검을 의뢰했으나 지인들은 후배의 의복과 일부 피부의 문신 등을 통해 후배임이 판명됐다.

 

후배는 거창적십자병원 영안실로 옮겨진 후, 지난 17일 한 줌의 재로 변해 가지리 공설 납골당에 안치됐다.

 

후배는 비명에 갔으나 경찰은 사건의 뒤를 캐고 있다.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일까?

 

수사결과가 더 비극적일 것 같은 것은 부인이 이 범행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에 따르면 부인이 실종되던 날 딸에게 "저 사람들도 기다릴만큼 기다렸지. 이제는 신고할 때도 됐지"라며 후배의 죽음을 제3자와 연관시키며 실종신고를 할 듯이 말한점.

 


또, 영승 농장을 지난 4월 29일 다른 사람에게 매매할 때 까지 부인이 2~3일 간격으로 험한길을 무릅쓰고 농장을 자주 방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부인이 실종 전 7월 한 달간 유서형태로 작성한 30여 쪽 분량의 기록을 입수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못난 부모를 둔 탓에 졸지에 고아가 된 6남매가 안쓰럽다.
연이은 부모상에 빈소를 지키던 아이들의 처연함이 자꾸  눈에 밟힌다.

 

다시 한번 후배의 명복을  빈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