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문화재청이 거창 수승대를 수송대로 명칭변경 한다는 지정예고를 두고 지역  민심이 술렁이며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바뀌어 불리어 온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굳이 이제 와서 아무 문제없이 잘 쓰고 있는 수승대 명칭을 역사적으로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송대로 변경한다고 하는 문화재청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관련 단체에서는 “수승대라는 명칭은 틀린 것이 아니라 역사의 변천에 따라 이미 널리 사용되어 정착된 고유명사로서 이 역시 우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거창군은 ▲단순한 수승대의 명칭 변경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혼란과 파장이 큰 사안으로 행정적, 지역적 제반 여건 등이 고려되지 아니한 점 ▲관광지 명칭 ‘수승대’와 문화재 명칭 ‘수송대’를 혼용하여 사용 될 경우 행정 및 관광객‧군민들에게 혼선만 가중되는 점 ▲문화재 명칭부여 관계 규정상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점 ▲지역 주민 의견이나 지자체‧관리단체 등의 의견이나 협의 등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점 등을 들어 수승대 명칭 변경 추진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거창군은 예고기간 내에 관련 기관‧단체와의 간담회 개최, 주민 의견 등을 충분히 수렴해 문화재청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수송대(愁送臺)가 수승대(搜勝臺)로 바뀐 내역

 

조선시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교육자, 정치인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시 한수가 이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퇴계선생의 처가는 거창군 마리면 영승마을이었다.

 

조선 중종 38년(1543) 1월 장인의 회갑을 맞아 지금의 마리면 영승 마을을 방문했었다.


그때 선생을 환영하여 모인 자리에서 죽헌(竹軒 曺淑) 등 지방 유생들이 수송대의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우니 한번 돌아보기를 권했다.


이에, 퇴계선생도 다음날 그리하기로 했으나 갑작스런 조정의 기별이 당도하여 급히 귀경하면서 수승대의 옛 이름 ‘수송’을 ‘수승’으로 바꾸기를 권하는 오언율시(五言律詩) 한 수를 남겼다.


선생은 수송대(愁送臺)라는 지명에 얽힌 내력을 듣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니, '수송'과 소리가 비슷한 '수승'으로 고치라고 요수 신권에게 권유한 시에서 비롯됐다.

 

이 시는 수승대 경내 거북바위(아래 사진)에 현재도 새겨져 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退溪命名之臺

 

搜勝名新煥 逢春景益佳
遠林花欲動 陰壑雪猶埋
未萬搜尋眼 惟增相像懷
他年一樽酒 巨筆寫雲崖


(수승으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
봄을 만나 경치는 더욱 아름답구나
먼 숲 꽃들은 꽃망울 터뜨리려 하는데
음달골짜기에는 아직도 눈으로 덮여있네
먼 곳에서 수승대를 그윽히 바라보니
오로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 더하는구나
언젠가 한 동이 술마시며
큰 붓 들어 구름벼랑에 쓰리라)


수송대(愁送臺)라는 이름은 거창 일대가 백제에 속했을 무렵, 국력이 쇠했던 백제는 당시 강대국 신라로 사신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신라로 간 백제 사신 가운데 온갖 수모를 겪다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탓에 신라로 가는 사신이 떠날 때면 위로 잔치를 베풀곤 했는데, 그때 이용됐던 곳이 백제와 신라의 국경인 현재의 수승대로, '근심으로 보낸다'는 뜻으로 근심 수(愁)와 보낼 송(送)을 써서 '수송대'였다고 한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오면 몸을 씻은 곳이 수승대 경내  '척수대'로, 아직도 그대로 불리고 있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