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이 소멸시효 법리 오해”
유족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 다행 특별법 조속 처리해 명예 회복을”
대법원이 6·25전쟁 당시 발생한 ‘거창양민학살사건’에서 희생된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거창양민학살사건 유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30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어진 규정을 적용해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부산지법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 종료일로부터 3년이 지난 이후에 유족들이 소를 제기해 시효가 소멸한 것으로 판단하고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국가배상법 제8조 등에 따르면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 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게 돼 있으나,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등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 부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선 안 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유족 2명이 제기했는데, 관련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족 300여명이 지난 2001년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희생자의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에 한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04년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 만료를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2008년 같은 이유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2012년에는 부산고법이 같은 사건의 다른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2008년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은 2005년 제정된 과거사정리기본법 없이 확정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거창사건희생자 유족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국회에 계류 중인 배상입법안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법원 판결이 아닌 입법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다하고 유족들의 여생도 더 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희생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금 등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거창사건 및 산청·함양사건 관련자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포함 여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4건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성열 거창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은 “대법원이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려 다행이다”며 “거창사건 희생자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돼 배상을 받고 아픈 역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창사건은 6·25전쟁 때인 1951년 2월 9일부터 사흘간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무장공비 소탕에 나선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이 14세 이하 어린이 385명을 포함한 양민 719명을 사살한 사건이다.
거창사건은 1996년 1월 제정된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심의위원회의 사실조사를 거쳐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이 이뤄졌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