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모신 거창 충혼탑이 소재한 죽전근린공원에 친일파ㆍ월북의용군 출신의 시비가 전시돼 호국보훈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충혼탑 주변의 일부 시비)
거창군은 최근 충혼탑 일원 죽전근린공원 산책로에 `시(詩)의 거리`를 조성, 3억원을 들여 거창화강석으로 제작한 시비 조형물 15점을 설치,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 전시중인 시비 조형물은 ▲거창향토시인 신중신의 `내 이렇게 살다가` ▲이기철 `내가 만남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신달자 시인의 `예술 혼` ▲김상훈 `며느리` ▲신중혁 `폭포` ▲이희선 `돌밭에서` ▲전기수 `겨울밤의 꿈` 등 충혼탑 주위에 거창출신 시인들의 시 7점이 전시돼 있다.또, 충혼탑 하단 산책로에는 국내유명시인 ▲김소월 `진달래 꽃`과 `엄마야 누나야`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한용운 `님의 침묵` ▲정지용 `향수` ▲이육사 `청포도` ▲심훈 `그날이 오면` ▲노천명 `사슴` 등 작품 8점을 전시했다.이 시비 조형물은 지난해 11월 거창향토시인 7명으로 구성된 거창군문학추진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했다.이 시비들 중 친일파 시인 노천명의 `사슴`이란 작품과 6ㆍ25때 월북해 북한 의용군으로 있었고, 이후 북한에서 문학활동을 한 김상훈 시인의 `며느리`라는 작품이 포함돼 있어 말썽이 되고 있다.공점술 거창군재향군인회장은 "애국선열과 호국영령을 모신 충혼탑에 친일파시인과 월북의용군 출신 시인의 시비가 왠 일이냐"며, "거창군수에게 건의해서 철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또, 신재범 대한상이군경회군지회장은 "신성한 충혼탑에 친일파와 월북시인의 시비전시가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당장 철거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다른 장소도 아니고 호국 보훈의 영령들을 모신 신성한 충혼탑 일원에 왜 하필이면 친일 시인과 월북시인의 시비를 세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노천명 시인의 '사슴' 시비)
(노천명 시인의 '사슴' 시 대신 백석 시인의 '노루'로 바꾼 시비)친일 시인 노천명은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나 이화여전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전을 다닐 때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 졸업 후에는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 기자를 지냈고, 1941년부터 1944년까지 태평양전쟁을 찬양하는 친일 작품들을 남겼다.1941년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에서 활동했고, 이 단체는 `전쟁에 대한 임전태세를 확립해 보국하자`는 뜻으로 조직돼 일본의 황민화 정책에 앞장선 친일단체다.
또, 월북의용군 시인 김상훈은 거창 출신으로,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했다. 광복 이후 조선학병동맹에 가입하고 잡지 민중조선을 펴냈으며, 그 창간호에 시 `맹서`와 `시위행렬` 발표로 등단했다가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해 활동했고, 6ㆍ25 한국전쟁 때 월북해 북한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월북 이후에도 김일성 찬양에 앞장서는 시 작품활동을 했으며, 특히 1963년에는 이용악과 함께 `역대악부시가(歷代樂府詩歌)`를 공역ㆍ출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창출신 월북시인 김상훈의 '며느리' 시비)
한편, 거창군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응급책으로 최근 노천명의 ‘사슴’ 시비 대신 백석 시인의 ‘노루’로 바꿨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