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거창시장번영회(회장 신중섭)는 사단법인 설립 30주년을 맞아‘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는 큰 경사를 맞았다.

이 사업은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의 엄청난 증가추세와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전국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청에서 2008년부터 시행중인 사업으로, 국비 50%, 지방비 50%의 예산으로 시행 첫 해부터 3년차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새로운 경쟁력 및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다.

 

해마다 전국 24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지난해 신규 시장 16개(1년차), 계속 지원 시장 7개 (2~3년차) 등 총 24개 시장이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했고, 그 중 경남지역에서는 거창시장이 1년차, 진주중앙유등시장이 2년차 사업을 시행했다.

 

중소기업청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은 각 시장별 특성에 따라 문화관광형 시장, 국제명소 시장, 민속오일장 등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거창시장은 이중에서도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돼 지난해 1년차 사업에 이어 올해 2년차 사업을 준비중이다.

 

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 및 관광 인프라를 활용, 기존의 오래되고 낡은‘재래시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창출해‘시장’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관광 명소’로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향상시켜, 시장 유입 고객의 확대 및 신규 고객창출, 그로 인한 전체 시장의 매출 증대를 통해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서민 경제의 안전을 도모한다.

 

‘거창시장 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은 창원에 소재한 도시공간디자인연구원㈜(대표 박병철)이 사업단으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사업을 추진중이며, 휴먼웨어-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크게 3개 사업분야에 걸쳐 1년차‘문화관광형 시장’으로서의 기초 기반을 구축해 왔다.

 

‘예술회사 짓다’는 그 중 ‘휴먼웨어 사업 전략 설계 및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을 맡아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를 기획 제작했고, 시장 스토리텔링과 연계해 상인희망사업의 일환으로,‘구석구석 이야기 벽화’및‘예술체험 워크숍’을 운영, 제작중이다.

 

거창시장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예술회사 짓다’가 기획∙제작한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는 거창시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지역작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낸 거창시장만의‘추억과 낭만 보고서’이다.

내 고향, 우리시장에 대한 거창 작가들의 애정은 이 책에 담긴 총 10편의 시와 4편의 에세이 및 꽁트에 고스란히 담겨, 나름의 고유한 색깔과 컨셉을 찾기 힘든 오래된 재래시장의 모습을 문화적으로 새롭게 재조명 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5일장 난전 및 묘사장 풍경, 거창시장 명소인 순대골목 비오는 날의 소박한 낭만, 그리고 이제는 기억 저 너머로 사라져간 시장의 옛 공간들과 그 속에 새겨진‘청춘’에 대한 애잔한 추억들, 그리고 시장 곳곳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만으로도 떠오르는 그리운 엄마의 손맛까지…

 

‘사람’과‘물건’이 따로가 아닌 시장에서, 펄펄 살아 숨쉬는 삶의 현장에서, 예기치 못하게 맞닥뜨리게 되는‘그 때 그 순간’들… 머리로는 잊었어도 내 몸은 기억하고 있는 그 아련한 추억들을 장날, 거창시장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작가와 크리에이터의 공동창작 프로젝트

■ 거창시장_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

 

‘예술회사 짓다’와 ‘창작동인 예장’은 2012 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중 하나인 ‘거창시장 스토리텔링’을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스토리텔링 공동창작 및 집필회의를 통해‘거창’과‘시장’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소재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했다.

 

1998년부터 동인그룹으로 출발한 ‘창작동인 예장’은 15년 가까이 거창 문화예술계에서 시, 소설, 수필 등 문학 전 장르에 걸쳐 활발한 창작활동과 모임을 주최해온 지역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 이번 프로젝트에는 신승희 대표를 비롯, 모두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2개붤 반에 걸친 작업 끝에 10편의 시와 4편의 에세이 및 꽁트 작품을 최종 원고로 선정했으며, 현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시인 신달자 선생의 감수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예술회사 짓다'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창작 기반 활성화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예술시장 형성을 위해 설립된 거창 최초의 예술경영 전문회사로, 이번‘거창시장 스토리텔링’프로젝트의 크리에이터 및 스토리텔링북의 총괄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메인 크리에이터 외 서브 크리에이터, 일러스트레이터 겸 포토그래퍼, 취재 및 홍보, 편집 디자인 및 북 제작 등 모두 7명의 스탭이 이번 작업에 참여했다.

 

‘거창시장 스토리텔링’은 기획-집필-편집-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역 예술가와 기획자의 ‘협업’을 통해 이뤄졌으며, 작가, 기획자, 전문기자, 일러스트레이터 등 현재 거창에서 활동중인 문화예술 전문인력들이 모여, 처음으로 공동제작 방식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사뭇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다.

 

1. 거창시장은 아무런 특징이 없다? No! 거창의 옛 문화중심, 거창시장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 별로 ‘거창시장’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냈다.

원래 ‘스토리텔링’은 일반 대중들에게 하나의 콘텐츠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게 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요소들을 엮어 상징성과 대표성을 갖는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는 여러 세대 및 다양한 계층에게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지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야기의 확대 및 재생산을 가속시킨다.

 

그러나 ‘거창시장’을 주제로 대표성을 띄는 이야기를 찾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기획자 및 창작자들은 난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거창’을 대표할만한 이야기도,‘시장’을 대표하는 특산품도 딱히 마땅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동시에 이 프로젝트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기도 했다.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초기 기획단계에서 담아내고자 했던 거창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포커스를 맞췄다.

 

자연스럽게 거창시장에 얽힌 수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속에서 ‘거창시장’을 둘러싼 교통 및 물류의 변화,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시대상들이 흘러나왔다.

 

본정통. 거창극장, 태백상회, 녹원다실, 옹기전, 우시장, 묘목시장, 붕어빵 장수 등등...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거창이 고향인 창작자들의 기억 저편에 뽀얗게 먼지 내린 추억 속에서‘시장’은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 상거래 공간이 아니라, 한 지역의 경제와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삶의 중심’이었고, 누군가의 인위적인 기획에 의해서가 아닌, 온전히 자생적으로 성장과 발전의 길을 걸어 온 하나의 거대한 ‘복합문화공간’이었다.

 

2. 공간 스토리텔링에 대한 새로운 시도, 거창시장 스토리텔링‘장날, 추억을 사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의미와 문화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특정‘공간’에 대해 다소 작위적으로 상징성과 대표성을 부여하는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 하에, 지역민들의 생활 문화 속에서 생생하게 함께 호흡해 온 시장 본연의 모습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기획 컨셉을 재설정하였다.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공간이자,‘시장’으로 상징되는 일반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보다 생동감 넘치고 다채롭게 그려,‘거창시장만의 고유한 문화콘텐츠’ 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끝에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는 거창시장의‘과거-현재-미래’라는 큰 주제 아래 소재(story)와 방식(telling)에 구애됨이 없이, 각 Chapter별 컨셉에 따라 거창시장만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아우르는‘옴니버스’형태로 구성, 집필됐다.

 

3. 노인은 위대한 스토리텔러다! 거창시장의 스토리텔러는 WHO?

 

제1장. 장바닥 : 난전과 점빵’에서는 상설시장과 5일장이 공존하는 거창시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면 단위 시골에서 읍에 있는 시장으로 5일마다 나오는 난전 할머니들의 모습은 도시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정겹고 재미있는 풍경이다.

난전 할머니와 물건 사는 아줌마의 흥정을 다룬 ‘할머니의 좌판’, 이렇게 저렇게 수많은 요리법을 난전 할머니한테 귀동냥 하는 이야기인 ‘주름진 레시피’, 장날 시장에 나와 혼자 식사하는 할머니의 쓸쓸한 풍경을 먹먹하게 담아낸‘ 밥의 힘’등 거창시장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또 이 장에서는 조선 후기 ‘영천장시’때부터 21세기인 오늘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거창시장의 역사’를 간략하게 돌아 보고 있으며,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의 고유 풍속인 묘사(시제)철을 배경으로 한 ‘묘사장 보러 갑시다’는 점점 사라져 가는 옛 전통의 의미와 그 속에서 지니고 있는 시장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준다.

 

제2장의 하이라이트는 ‘거창시장’이 말 그대로 지역사회의 경제 및 문화 중심지였던 7~80년대에 대한 ‘추억’과‘회고’가 담긴 ‘장날, 추억을 사다’와 거창문화원 백승용 사무국장의 이야기로 듣는‘거창의 옛 문화중심, 시장과 본정통’이다.

 

현재 거창시장 주차장이 위치한 곳에 있었던‘거창극장’은 ‘거창읍민관’으로 개관해 영화관으로 운영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었던 가장 번화하고도 유일한 공간이었다.

 

‘거창의 옛 문화중심, 시장과 본정통’은 이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7~80년대 거창의 생활문화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거창이라는 지역사회 전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거창시장. 거창시장 스토리텔링의 주체는 거창의 작가와 문화행정가는 물론,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거창에 살고 있는 우리네 부모님들인 것이며, 이 책은 그분들께 바치는 일종의 작은 ‘헌사’인 셈이다

 

4. 살며, 사랑하며, 일하며.... 춤추는 꽃중년들을 위한 시장예찬

제2장, 시장예찬 : 춤추는 꽃중년’은 이처럼 시장에서 오롯이‘청춘’의 시간들을 바치며 가족들을 지탱해 온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여자들의 이야기’,‘남자들의 이야기’로 만나는 거창시장.

 

사랑을 튀기다’는 거창이 자랑하는 특산품 중 하나인 ‘부각’을 소재로 시장에서 장사하는 여인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애면글면 하던 사랑 한 번 못 받아보고 셔터 올리고 내리는 가게 한 칸 못 차고 앉아도, 삶도 사랑도 놓지 않는 시장통 여인의 꿋꿋하고도 비밀스런 마음이 거창시장의 ‘부각’속에 담겨있다.

‘엄마의 시장’은 젊은 주부들이 선호하는 마트와 달리, 상인과 고객간의 공감대와 유대관계가 마치 ‘가족’과도 같은 시장을 이야기한다.

 

‘장바구니를 열면 덤으로 담아온 웃음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시장 특유의 ‘단골’ 문화는 마치 엄마의 넉넉한 품처럼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공동체’의 소중함과 가치를 전한다.

 

거창시장의 명소인 ‘순대골목’ 비오는날 인사동에 파전과 막걸리가 있다면 비오는날 거창에는 순대골목 족발과 면마다 고유한, 다양한 빈티지(?)의 막걸리들이 있다.

 

‘우중순례’는 거창시장 순대골목에서 비오는 날이면 볼 수 있는‘고단한 가장들’ 의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족발, 순대, 국밥, 닭발 등 서민들의 소박한 안주와 함께하는 막걸리 한 사발.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는 거창시장의 이 오랜 풍경은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한 ‘거창시장’만의 문화다.

 

‘훈장’은 거창시장 인근 동아철공소를 배경으로 한 어느 부자지간의 ‘가상’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소재가 된 포니 차량은 전시용이 아닌 실제 운행하는 차량으로, 마치 세월이 멈춘 것처럼 25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창시장의‘명물’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50년 역사의 동아철공소와 40년 역사의 태백상회, 30년 역사의 대성신발 역시 현재 거창시장과 그 인근에 실제하고 있는 점포들이다.

 

50년 넘게 철공소를 하는 아버지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철부지 아들 간의 지지고 볶는 이야기.

시장은 이렇게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품으로 넉넉하게 안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5. 쿵딱쿵딱! 시장을 깨우는 소리_ 시장 상인과 지역 예술가의 시끌벅적한 접속

 

제3장, 거창시장, 일상과 예술이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아이콘’은 2012년 거창시장 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중 휴먼웨어 사업에 속했던 프로젝트들의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콘텐츠다.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의 공동창작 및 집필회의 현장 리뷰를 비롯, 거창시장 타악놀이패 ‘타!타!타악’의 공연 및 연습과정과 연출제작진, 출연진들의 이야기, 그리고 거창시장문화지도 ‘거창, 시장에서 길을 찾다’와 거창시장 사진전 등 1년차‘문화관광형 시장’으로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들을 생산해 내기 시작한 거창시장의 새로운 진화과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휴먼웨어 전략설계를 맡았던 ‘예술회사 짓다’는 거창시장 휴먼웨어 핵심을‘시장 상인과 지역예술가들의 소통 및 협업’에 초점을 맞췄다.

 

‘예술회사 짓다’는 물론, 스토리텔링을 집필한 창작동인 예장, 타악놀이패의 연출과 교육을 맡았던 S.o.F AT, 그리고 시장 문화지도 제작을 맡았던 문화발전소 통에 이르기까지 거창시장 특성화 육성사업 중 휴먼웨어 사업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거창의 예술단체나 거창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 기획자 및 창작자들이 수행했는데, 이는 예술경영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지역 여건상 자칫, 문화관광형 시장사업이 외부의 수행업체에 의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지역의 정서와 현실적인 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거창의 기획자와 예술단체들이, 앞으로 3년동안 문화관광형 시장 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실현해 나가야 하는 거창시장 상인들과 더 크고 활발한 상승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전제일 것이다.

 

특히, 거창시장의 상인들이 주축이 된 타악놀이패‘타!타!타악!’은 전국의 어느 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팀으로, 남미 타악기의 흥겨운 리듬 속에 거창시장을 알리는 공연을 펼쳐 지난해 대전에서 개최된‘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이미 크게 호평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창시장의 상인들이 ‘시장의 주체’라는 자존감을 확립하고 스스로 열정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소득과 자산이라 할 수 있다.

 

6. 거창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변화_ Road to the Healing Market

 

거창의 어르신들은 거창을 ‘축복받은 땅’ 이라고들 곧잘 이야기한다. 넓게는 덕유산, 지리산, 가야산까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태풍이나 자연재해가 닥쳐도 피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복받은 땅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거창시장. 거창읍을 둘러싼 11개 면에서 생산된 Made in 거창의 청정먹거리들은 장날이면 어김없이 읍으로 가는 새벽 첫차에 실리고, 거창시장은 손수 재배한 그 먹거리들을 펼쳐놓고 장바닥을 채우는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로 붐빈다.

 

‘도라지인지 손인지 분간이 안되는’할머니, 어머니들의 손이 흙묻은 채소들을 다듬느라 하루종일 분주한 시장의 장날. 이제는‘웰빙’을 지나‘힐링’이 대세가 된 트렌드 속에서 지쳐있는 몸과 마음에, 청정 먹거리에 얹어진 어머니의 손맛만큼 훌륭한 ‘힐링'이 어디 또 있을까.

 

지난해부터 시행된‘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은 조금씩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시장의 흐름에 변화를 주어 거창의 문화중심으로서 기능했던 화려한 그 시절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창시장이 새롭게 발굴해야 할 젊은 고객층과 타지 관광객들의 문화적 감성에 맞게, 거창시장만의 문화콘텐츠로 가득한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편의’와‘ 효율’을 쫓던 소비패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전통시장은 불편하고 쾌적하지 못한 재래시장일 뿐이다.

그러나 이미 ‘문화’를 통한 ‘감성’ 소비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과 도시의 소비자들에겐, 시장은 여전히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넘쳐 흐르는 공간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과의 경쟁 속에서‘제4장. 힐링로드 힐링마켓, 거창시장’은 이처럼 시장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사계절 ‘청정’먹거리에‘추억’과‘낭만’이라는 양념을 넣고, ‘문화콘텐츠’라는 그릇에 담아‘사람’냄새 물씬 전하는‘힐링마켓’거창시장. 이처럼 멋진 거창시장에 “장날, 추억사러 가지 않으실래요?”

 

■ 거창시장. 공공미술 프로젝트. 구석구석 이야기 벽화

1. 낡고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살려내는 마술-공공미술 프로젝트

 

‘공공미술’은 도시 재생, 재개발, 유휴공간의 활용 등의 공익적 목적과 개인의 작업실에만 갇혀 있던 예술가의 사회적 소통 욕구가 접점이 되어, 2000년대 후반부터 전국 곳곳에서 유행처럼 확산된 미술시장의 새로운 영역이다.

 

 

 

 

2006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의 후원 아래 ‘아트 앤 시티’라는 사업으로 2006년 10개 지역, 2007년 16개 지역에서 시행된 것이 그 단초가 됐으며‘마을미술 프로젝트’,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등이 전국에 공공미술 활성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사업들이라 할 수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재개발 예정지였던 산동네 마을을 ‘벽화마을’이라는 컨셉으로 새롭게 관광명소화 시킨 통영의‘동피랑 마을’과 오래된 구도심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부산의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등이 꼽힌다.

 

거창에서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시행된 사례로는 ‘황산 벽화마을’과‘생초리-천년의 숨결' 등이 있다.

 

‘공공미술’ 혹은 ‘공공디자인’이 이렇게 전국적인 유행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오래되고 낡은 도시경관을 살려내고자 하는 ‘행정적 필요성’과 미술이 개인적 산물이라는 인식에서 사회적 상호소통의 영역이라는 예술가들의 ‘인식의 변화’가 맞물려,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공미술의 특성상,‘작품’이 제작되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 ‘장소’에 그 기반을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과 ‘미술’의 소통과 상호작용에 있어 많은 쟁점들을 제공하였고, 단순히 미술가의 창작영역 확대라는 관점 외에도 지역민들의 참여, 지역의 역사성 및 문화성에 대한 고찰 등이 함께 이루어져,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 큰 화두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2. 젊은 작가와 기획자의 유쾌한 상상력_거창시장, 젊음의 옷을 입다!

 

'예술회사 짓다'는 상인희망사업의 일환으로 (사)거창시장번영회 (회장 신중섭)의 후원을 받아 거창시장 공공미술 프로젝트 <구석구석 이야기 벽화>를 제작 중에 있다.

 

‘구석구석 이야기 벽화’는 조성된지 30여년이 지나면서 시장 내 오래되고 낡은 공간들이 늘어나 시장의 분위기를 침체시킴으로 인해‘문화관광형 시장’으로서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살리고 시장 고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키 위해 추진됐다.

 

'예술회사 짓다'는 거창시장 스토리텔링 '장날, 추억을 사다'를 제작하며 수집한 거창시장의 역사적, 문화적 특징들을‘벽화’의 소재로 적용시켜, 스토리텔링 사업과 공공미술 사업 간 연계성과 상승 효과를 최대한 높이고자 했다.

 

또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 및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거창시장을 찾는 다양한 세대의 고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각각의 벽화작품에 거창시장의 과거-현재-미래상을 투영시켜 자연스럽게 거창시장 스토리텔링과 이어질 수 있도록 컨셉을 구성했다.

 

거창시장이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전체 시장 유입 고객의 확대와 젊은 세대 중심의 신규 고객 창출, 그리고 타 지역 관광객을 통한 매출 증대를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하는 만큼, 이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층을 가족단위 시장방문 고객으로 설정하고 가족 구성원별 연령대에 맞게 벽화의 시안과 스타일을 구성 선정했다.

 

거창시장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짓다의 프로듀서와 프로덕션 매니저, 문화콘텐츠팀 소속의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들을 포함, 총 6명의 스탭이 함께 작업 중이며, 오는 3월 하순경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 거창시장 예술체험. 워크숍. 엄마랑 시장가요

 

창작공방 짓다 에서는 거창시장 예술체험 워크숍‘엄마랑 시장가요’를 지난 2월 27~28일 이틀간 운영하였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서 거창시장의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고 거창시장의 고객 다변화를 위해 마련된 예술체험 워크숍‘엄마랑 시장가요’는 주부 및 자녀들이 함께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한 가족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세부 프로그램은 ‘북아트 스튜디오’ 와 ‘목공예 스튜디오’ 로 나뉘어 ①나만의 동화책 만들기 (초등 1~3학년 대상) ②핸드메이드 거창시장 다이어리 및 가계부 만들기(주부 대상) ③핸드메이드 키친 소품 만들기(주부 대상)등 총 3개의 수업이 모두 1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의 ‘나만의 동화책 만들기’ 는 거창시장을 주제로 학생들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자기만의 동화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거창시장’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과 천진난만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

 

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핸드메이드 거창시장 다이어리 및 가계부 만들기는 거창시장 스토리텔링북 디자인에 맞춰 주문 제작된 다이어리 혹은 가계부 속지에 자신이 선택한 패브릭 커버를 이용해 손수 만드는 북아트 취미 프로그램으로 모두 50여명의 주부들이 참가했으며, 핸드메이드 키친소품 만들기는 2단 양념선반을 제작하는 목공예 프로그램으로 총 15명이 참가했다.

 

‘창작공방 짓다’ 에서는 앞으로도 정기 프로그램을 기획해 도시의 백화점 및 마트의 문화센터가 부럽지 않은 거창시장만의 창의적인 문화예술 교육콘텐츠를 개발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