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벌게 해 주겠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업자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7억여원을 빌린 후, 속은 줄 알고 돈을 돌려 달라는 채권자를 살해해 고향인 거창의 한 야산에 묻었다가 붙잡힌 인면수심의 60대 여자가 지난 10일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경남 마산에서 발생한 이 살인사건은 거창경찰서 강력팀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해 제공, 범인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사건 전말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A 씨(여. 60)가 자신의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가스배관 설치업자인 B 씨(당시 65세)를 알게된 후 “정계와 법조계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만간 특정지역에 그린벨트 해제가 결정되는 부지가 있는데 결재만 나면 공시지가가 2~3배로 올라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말을 믿은 B 씨는 자신도 투자하겠다며 A 씨에게 2012년 9월까지 11회에 걸쳐 총 7억9,35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A 씨가 말한 ‘특정부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3차례 사기전과도 있는 사기꾼이었다.
약속시일이 지나도 이익금을 주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B 씨는 A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받은 돈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자동차를 사주고, 동생 C 씨의 아파트 구입 대금에 보태는 등 이미 돈을 멋대로 쓴 후였다.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된 B 씨는 A 씨에게 빚 상환 독촉을 심하게 했고, 독촉에 시달리던 A 씨는 최후 수단으로 남동생 C 씨(54)와 공모해 채권자 B 씨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A 씨는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점심을 먹자’며 집으로 유인했다.
공범인 동생 C 씨를 불러 B 씨와 함께 거실에서 화투를 치라고 한 뒤 A 씨는 B 씨의 등뒤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머리를 때려 B 씨를 살해했다.
이들 남매는 살해한 B 씨의 시체를 마대자루에 담아 거창으로 와 고향마을 한 야산에 버렸다.
사건 다음 날인 2일, 마산동부경찰서는 ‘B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된 B 씨의 전화통화 및 은행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망을 좁혔다.
살해된 B 씨의 차량은 A 씨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고, 휴대폰 최종위치는 의령군 한 저수지 근처로 확인됐다.
경찰은 용의자의 고향이 거창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차량을 이용해 거창을 드나들었는지를 확인키 위해 거창경찰서에 방범용 CCTV 확인 협조를 구했다.
거창경찰서에서 CCTV를 검색 한 결과 용의자의 차량이 합천~거창 간 국도 접경인 가조면 내 CCTV에 찍힌 것을 확인, 경찰은 이들 남매를 용의자로 붙잡았다.
용의자들은 완전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꾸몄다.
시체를 거창에 버리기 위해 거창으로 와서는 사과농사를 짓는 A 씨의 전(前) 시동생에게 사과를 샀다.
다음 날 시체를 땅에 묻기 위해 다시 시체 유기장소에 들렀을 때는 인근에 사는 A 씨의 동창에게 김장배추를 받아오기도 했다.
또,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거창군내 한 마을 국도변 개울가에, 피 묻은 카펫은 야산에, B 씨의 휴대폰은 의령군 저수지에 각각 분산해 숨겼다.
그러나 결국 이들 남매의 범행은 경찰의 수사에 의해 전말이 밝혀져 지난해 12월 23일 살인·사체유기·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1심 재판에서 A 씨는 살인죄로 징역 30년, 사기죄로 징역 3년,
남동생 C 씨는 살인방조, 시신유기 공모죄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지난 10일 이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윤종구 부장판사)는 주범인 A 씨에게 1심보다 더 형량을 높여 징역 35년, C 씨에게는 원심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일반적으로 2심에서는 1심보다 형량을 낮추는 것이 상례인데 비해 이 사건 주범에게는 1심보다 형량을 더 무겁게 함으로서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