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에서 시행하는 성인문해교육 사업이 지난해 다양한 방송출연과 국무총리와의 만남을 비롯해 다수의 대회 수상 경력 등 대․내외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가운데 금년에도 성인문해 학습자들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군은 지난 2004년 최초 2개 교실로 시작한 성인문해교실이 올해는 40개 교실을 개강함에 따라 지난 10여년 사이 학습장은 20배가 증가됐다.


학습장 증가에 따라 학습자의 참여율도 꾸준히 증가해 2014년까지 2,010명이 학습에 참여했는데 이는 거창군 초등학교 잠재학습자 7,748명(통계청2010년)의 26%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와 관련해 군은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초등학력 인정제’ 과정을 3월중에 개강할 예정이다.


‘초등학력 인정’을 위한 문해교실은 거창군평생교육원에서 개강하며, 3년을 수료하면 초등학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로, 군은 내년부터 ‘중학교학력 인정’ 과정도 개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군은 학습자들에게 전문 소양을 갖춘 유능한 강사를 지원하기 위해 외부 심사자를 초빙하는 등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면밀히 심사해 23명의 강사를 선발했고, 지난 2월 23일 위촉식을 가졌다.


이날 위촉식에서는 대표강사가 소감문을 낭독했는데 생생한 학습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 참여한 강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도 했으며 신규 강사의 당찬 각오는 다시 한 번 성인문해교육 강사로서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군은 강사들의 역량을 더욱 높이고 학습자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매월 강사보수교육을 실시하고 학습자들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배움의 기쁨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은 거창군 문해강사 김순래 씨의 ‘문해강사 위촉 소감문’을 게재한다.

 


◈ 문해강사 위촉 소감문 ◈

 

                             거창군 문해강사 김 순 래

 

안녕하십니까?
저는 문해강사 김순래입니다.
오랫동안 지내온 거창읍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남편의 고향 웅양면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한글을 몰라 불편해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글을 꼭 가르쳐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문해교육사에 대해 알게되었고 2014년 문해교육사 과정 교육에 신청을 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문해교육이란 한글만 가르쳐 드리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내용으로 함께하고 학습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소통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받고 힘들게 신규 강사 면접까지 마치고, 비문해 학습자들을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구나...
정말 내가 생각하던 봉사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축하합니다. 성인 문해강사 심사결과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담당자의 문자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보았지만 선생님으로서 교육장에 서 본적이 없는 저는 걱정 반 설레임 반인 마음으로 주상면 원성기 마을 학습자들을 만났습니다.


평소 마을 어르신들과 가까이하였던 것이 도움이 되어 학습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얼굴을 익히고 성함을 빨리 익혀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직접 수업을 해보니 문해강사가 준비해야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수업가기 전 교과서 내용 확인, 지도서 읽기, 워크북 확인, 거기에다 두 시간 넘게 고민하며 정리해서 써야하는 운영일지와 다양한 수업을 위해 활동지 알아보기 등..... 그리고 다함께 하는 행사도 많았습니다.


선배 문해강사님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나도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 하고 마음먹었으나 몇 번의 수업을 했을 때인가 두 분의 학습자가 해도 해도 머릿속에 들어가지도 않고 글을 배우는 것을 그만 두고 싶다고 하셨을 때는 정말 힘이 빠졌습니다.
그 때 제가 생각한 방법은 제 마음에 진심을 담아 전달해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주변에 글을 몰라 불편해 하시는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바쁘지만 자격증을 따서 선생님이 되었고, 제가 도와드리고 싶으니 조금만 참고 배워보자고 말씀드릴 때 제 진실한 마음을 헤아려 주시며 “선생님 해볼께요”
하시며 끝까지 함께 해 오신 학습자분이 수료식 하던 날 가장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느 날 수업을 하러 가니 “선생님, 선생님, 어제 내가 병원을 갔는데요 이름을 쓰라고 해서 내가 배운대로 썼더니 간호사가 할머니 잘 쓰시네요” 하더라며 큰소리로 자랑하시는 모습을 보고 안아드리니 내 눈에도 학습자 눈에도 눈물이 글썽...


또 한 분은 요즘은 시장가면 간판을 자꾸 보게 되고 손주들이 좋아한다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기쁘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그만둔다고 말씀하신 거라며 끝까지 함께하길 잘했다며 즐거워하시던 학습자분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대부분의 학습자분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색칠공부도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한글도 배우고 너무 즐겁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문해강사로서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문해교육사로서 중요한 일이 많지만 학습자분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편하게 대해드리는 일이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문해강사를 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문해강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5년 1월부터는 우리 마을 어르신들을 학습자로 모시고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시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더 커갑니다.


연세가 많다보니 집중이 안 되고 자고 나면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는 분들을 대하면서 더 일찍 못해드린 것이 늘 마음이 아픕니다.


보고 쓰시는 것은 하시는데 읽기가 잘 안 되는 분이 반 정도이고 한 분은 보고 쓰시는 건 잘하시는데 읽는 것이 전혀 되지 않는데 될 때까지 해보시겠다는 학습자를 보면 안타갑기만 합니다.


비문해 학습자들의 다양한 성격과 고집이 세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때도 많지만 배워보고자 하는 마음을 채워드리는데 자세하게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하겠습니다.


문해강사로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람과 사명감을 가지고 학습자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진실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거창군과 한국문해교육협회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저는 이 귀한 배움의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거창군 문해교육에 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군 문해강사님들 항상 파이팅합시다.
감사합니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