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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기사입력 : 2021/04/12
(기고) 면지편찬과 옛 자료의 발굴
흰솔 오필제(거창지역사 연구위원)

 요즈음 두 세 면에서 면지편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남상과 가북면은 2020년 부터 자료 수집과 집필 작업 중에 있고, 신원면은 이제 막 편찬위원회 구성을 시작하였다.


(왼쪽 사진설명 : ▲ 김봉민 진사 입격시, “봉황출어(鳳凰出於…)”

 

거창의 12개 읍·면 중 이미 면지를 보유한 곳은 마리면(93년)을 선두로 하여 위천면(1998년), 거창읍(2011년), 가조면(2016년)인데 여기에 3개면이 편찬을 서두르고 있으니 향후 과반수 이상의 읍면이 면지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근자에 들어 이렇게 면지편찬에 관심을 갖고 매진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머잖아 사라질 향촌의 어제와 오늘의 흔적을 더 늦기 전에 기록해 두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마리ㆍ위천면지를 편찬할 당시만 해도 인구 감소보다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염려하던 때였는데 그로부터 채 30년도 되지 않아 인구감소로 인한 농촌 마을의 공동화와 읍면의 소멸을 우려하게 되었으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야 그 절박함을 무엇에 비기겠는가?


 “이제 우리가 죽고 나면 마을도 면도 다 사라질 터인데, 이런 거라도 하나 만들어 흔적을 남겨 두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하는 말 속에 오늘날 들불처럼 번지는 면지편찬의 욕구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촌로들이 대대로 먼지 궤짝 속에 간직해 두었던 옛 문서들을 끄집어내어 직접 가지고와 의외의 귀한 자료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최근 접하게 된 조선시대 과거 합격 자료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자료는 남상면 진목 출신의 김철규(71세) 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옛 안의군 황곡면(黃谷面) 진목정(眞木亭)에 살았던 4대조 김진사(金進士) 봉민(鳳敏)의 진사시 입격작이다.


김진사는 김녕인(金寧人)으로 백촌(白村) 김문기(金文起)의 후손이며, 지금의 남상면 진목에서 살았다.


김진사는 고종 31년(1894)에 시행한 진사 시험에 총 149명이 응시한 과시에서 3등의 우수한 성적으로 입격한 것이다.


 당시의 과제(科題)는 <봉황이 동방군자의 나라에 나타나 그 모습을 보면 천하가 안녕하리라(鳳凰 出於東方君子之國 見則天下安寧)>이다.


다른 하나는 총 751인의 과장에서 3등으로 입격한 <창창한 갈대 찬 이슬이 서리됨을 보고는, 이인을 말한 것을 탄식하다.(見薕葭蒼蒼 白露爲霜 歎所謂伊人)>라는 작품인데, 이 과제는 『시경(詩經)·국풍(國風)』 〈진풍(秦風)〉에 나오는 구절을 시제로 한 것이다.


두 작품 모두 7언18배율시(七言18排律詩)로서 앞의 것은 거성(去聲) ‘산(霰)’운의 작품이고, 뒤의 것은 평성(平聲) ‘진(眞)’운의 작품이다.


 과거에 입격한 한 사람의 작품을 2개나 입수하기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라, 고을의 귀한 문화자산으로 면지에 수록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면지 편찬이 비록 인구감소에 따른 절박함에서 진행되고는 있지만 이를 계기로 고가(古家)의 귀중한 옛 자료가 발견되어 당해 문중이나 고을의 인문적 위상을 드높이고 면지의 내용을 더욱 알차게 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사의 입격작 중 첫 번째 작품 <봉황이 동방 군자의 나라에 나타나…>는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鳥獸咸若先王世   새와 짐승도 교화되는 선왕의 치세에 
  巢於軒閣儀舜殿   사는 집 헌각은 순 임금의 전각을 닮았구나   
   一物逈出飛者類   나는 무리 하나가 먼 하늘에서 나오니 
  千載復覩休運遍   천년 만에 돌아온 휴운을 두루 보리다.   

  高飛彩翮覽德下   높이 나는 채색 깃털은 덕이 있어야 보이니   
  治世休祥然後眄   치세의 휴운은 그 뒤에야 보게 되네 
  東來瑞鳳不恒有   동방에서 오는 서봉은 항상 있는 게 아니라  
  一世治安關厥見   일세를 편하게 다스려야 관궐에서 보게 된다네.  

   … …
 위의 사례에서 보듯, 이후에 진행될 여타 면지편찬위원회에서도 산장옥(山藏玉)을 캐어내듯 선대의 귀중한 문헌이나 유품 등 자료를 발굴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알려진 자료를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 집대성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훼멸 직전에 놓인 유품을 한 점이라도 찾아내어 번역 등을 통해 오늘의 감각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데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는 면지발간의 진정한 의미이며 당해 면지의 캐릭터를 정립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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