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가 공개 질책 자리 돼선 안 돼”

“특정 실무자에 질의 집중·공개 질책…상당한 심리적 부담과 위축”

거창군의회에 ‘개인 책임 추궁보다 정책·제도 개선 중심 감사’ 촉구

 

 

2026년도 거창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끝난 직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거창군지부(지부장 허정하)가 감사 과정에서 특정 실무자에게 질의가 집중되고 공개적인 질책이 이어졌다며 감사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중요한 의정활동이고 의회의 감사 권한을 존중한다면서도, 개별 공무원을 공개적으로 위축시키거나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거창군지부는 지난 9월 10일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감사행태 개선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거창군의회와 집행부에 성숙한 행정사무감사 문화 정착을 위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 “정책 검증 넘어 특정 공무원에게 질의 집중”

노조가 문제 삼은 것은 감사 자체가 아니라 감사 과정이다. 노조는 “이번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정책과 업무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을 넘어 담당 공무원에게 질의가 집중되고 공개적인 질책이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정 실무자에게 질의가 지속해서 집중되면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과 위축을 겪게 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성명에는 어떤 감사 질의가 문제가 됐는지, 어느 의원과 어떤 공무원을 지칭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례나 당사자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조의 이번 성명은 특정 의원의 개별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라기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공무원을 대하는 전반적인 질의·감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힌다.

 

■ “행감 목적은 공무원 위축 아닌 행정 바로 세우는 것”

노조는 지방의회의 감사권 자체는 분명히 존중한다고 밝혔다.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해 행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더 나은 행정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의정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감사권 행사와 공무원의 인격·기본권 보호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행정사무감사는 행정의 잘못을 바로잡고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자리이지, 개별 공무원을 공개적으로 위축시키거나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인 질의는 존중한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공무원의 인격과 기본적인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사실관계와 업무의 전후 맥락을 충분히 확인한 가운데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회에 “개인 질책보다 정책·제도 개선 중심 감사하라”

노조가 거창군의회에 요구한 핵심도 명확하다. 개별 공무원의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추궁하는 데 감사의 무게를 두기보다 사실관계와 업무의 전후 맥락을 충분히 확인하고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감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의회에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공무원의 인격과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또 “개인에 대한 질책과 책임 추궁에 치우치지 말고 사실관계와 업무의 전후 맥락을 충분히 확인하여 정책과 제도 개선 중심의 감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집행부에도 요구사항을 내놨다. 

소속 직원이 정당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부당한 부담이나 인권침해를 겪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의회와 집행부 모두에는 상호 존중과 소통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행정사무감사 문화를 정착시킬 것을 요구했다.

 

■ ‘날카로운 감사’와 ‘공무원 인격권’ 어디까지

이번 성명은 올해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또 하나의 논쟁거리를 던졌다. 

올해 감사에서는 대형 사업의 장기 미완성 문제부터 보조금 집행과 정산, 공공시설 운영, 각종 사업의 성과와 재정부담 등에 대해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담당 부서장뿐 아니라 실무 담당자가 직접 답변하는 상황도 있었고 일부 사안에서는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둘러싼 의원과 공무원 사이의 공방도 벌어졌다.

의회의 감사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려면 잘못된 행정과 부실한 예산집행에 대해서는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행정상 책임에 대한 검증에서 예외가 될 수도 없다.

반면, 정책 결정권이나 최종 책임이 없는 실무자에게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방식이라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결국 쟁점은 ‘얼마나 강하게 감사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근거로 묻느냐’에 있다.

 

■ 노조 “감사의 목적은 군민 권익 높이는 것”

노조는 성명 마지막에서 행정사무감사의 본래 목적을 다시 강조했다. “행정사무감사의 목적은 공무원을 위축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바로 세우고 군민의 권익을 높이는 데 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거창군의회와 집행부가 감사 방식과 과정을 함께 돌아보고 “공무원이 위축되지 않고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성숙하고 존중받는 감사문화가 정착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행정사무감사가 끝난 뒤 제기된 공직 내부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노조가 주장하는 공무원 보호가 정당한 감사와 책임 추궁까지 위축시키는 방패가 돼서도 안 되고, 의회의 감사권 역시 공개된 감사장에서 개인을 몰아세우는 수단으로 비쳐서도 안 된다.

행정의 잘못은 끝까지 따지되 사람의 인격은 존중하는 것. 거창군의회와 공무원노조가 이번 성명을 계기로 찾아야 할 접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거창인터넷뉴스원(gcinews1@hanmail.net)